올리비아 바탈리.

옛 발레노스 왕국의 마지막 왕은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고 한다. 적어도 공식 기록에는 남아있는 것이 없다. 왕국이 멸망하고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하는 이는 얼마 없지만, 그때부터 삶을 이어 온 몇몇 늙은이들은 올리비아 바탈리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

어느날 찾아온 지진으로 바탈리 납골당이 무너지자, 바탈리 가의 누군가가 남몰래 숨겨두었던 유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의에 새겨진 이름이 올리비아 바탈리였다. 한 모험가가 이 사실을 캐려 하자 모든 이가 침묵을 지켰다.

"에그머니나, 원래 일 하는 도중엔 술을 마시지 않는데…. 호호.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올리비아… 참 고운 이름이죠. 우리 가문의 납골당에도 모셔진 이름이에요. 왕국의 마지막 공주님이셨죠. 그런데 계보에 그런 이름이 있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답니다. 그리 오래 된 분이 아닌데도 초상화 한 점 없어요.

참, 그 이는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니 조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