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곰을 피해 도망치다 발을 삐끗해 한참을 굴러 정신을 잃었다 문득 깨어나니 이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빛나는 황금 갈기를 가진 말이 달빛 아래 조용히 앉은 채 숨을 고르시고 있으니 분명 말의 형상을 한 신이 틀림없다. 온몸은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하기에 죽었는가 보다 생각이 들려는 찰나 들어본 적 없는 잔잔한 목소리가 깊숙이 마음을 파고 들어왔다.

불의 꼬리가 그대들의 숲 중심을 가로질러 태워버렸으니 나는 생명의 물로 그 자리를 메꾸고 불꽃의 씨앗이 다시 움트지 않도록 강의 기원과 만나는 자리에 숨결을 남길 것이다. 바람의 날개를 가진 자가 이곳을 찾아오거든 그 물길을 따라와라 전해달라며 영롱히 빛나는 잎사귀를 건네니 그걸 손에 받자 마음의 모든 고뇌와 걱정이 물 씻듯 사라지고 평온만이 가득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