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바깥 세상과 뒤섞이려 하지 않았다. 카마실비아를 떠나 정처없이 떠돌던 그들의 발길은 황량한 벌판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스스로가 고귀한 여신의 자손이며, 고향을 지켜낸 영웅이라는 사실을 거듭 되새겼다.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그리며, 다시 카마실비아의 수호자로 당당하게 설 날을 그리며 쉬지 않고 단련을 계속했다.

어느날 소녀는 땀에 범벅이 된 얼굴로 잠에서 깼다.
공포에 짓눌려 입에서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일렁이는 거대한 나무의 형상이 눈에 보였다. 나무는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듯 일렁이며 비명을 질렀다. 불길은 무서운 속도로 번지며 땅 위의 모든 생명을 태워 나갔다. 세상이 불길로 완전히 뒤덮혔을 무렵,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 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눈을 들었을때 악몽은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성을 되찾은 소녀는 자신이 보았던 것을 자매들에게 알렸다. 이제는 누구도 소녀의 이야기를 가벼이 들을 수 없었다. 다시 찾아올 재앙에 어떻게든 대비를 해야만 했다.

그들은 먼저 카마-그라나로 사절단을 보냈다. 자매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강구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최근까지 아히브와의 분쟁을 겪었던 가넬들은 다크나이트들을 매몰차게 대했다. 세월이 지나 카마실비아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지만 베디르와 가넬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