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둠의 잠식이 귄트 언덕을 덮치자, 매일 자욱한 먼지와 죽음이 도사리던 트롤 방어 기지에는 난데없는 정적이 찾아왔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절망의 목소리를 들은 트롤들이 방어 기지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부족에서 가장 현명한 주술사를 중심으로 결집한 것이다.
트롤 주술사들은 그들의 먼 조상에서부터 내려온 고대 자연의 힘을 이용해 부족원을 석화시켰고,
스스로 동면 상태에 돌입하며 어떻게든 하둠의 잠식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쳤다.

하지만 하둠은 그런 그들의 마음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었다.
고대 트롤의 생존에 대한 '갈망'은 도리어 어긋난 영생의 욕심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욕망에 휩싸인 트롤들은 하둠의 달콤한 목소리를 따라 주변의 생명력을 무수히 빨아들였다.
주술사들은 그런 부족원들의 몸에서 피어나오는 타락의 기운을 막아보려 했으나, 이제는 도리어 그 힘에 삼켜져 영원히 눈뜰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