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바다 건너의 땅에서는 싸늘한 시신도 되살린다는 영적인 힘이 있다고 한다. 그저 허황한 이야기라고만 치부할 일이 아닌 것이, 소산과 자주 왕래하던 까마귀 상단의 한 상인은 자신이 그 의식을 직접 봤다고 하기도 했다.

소산의 영웅이자 최강의 검투사였던 슐츠의 관은 어디로 갔는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힌 단델리온이 고용한 고옌 용병단. 발렌시아의 유명한 라곤 용병단… 이념으로 인해 칼페온과 발렌시아로 갈라선 베른 용병단... 쓸쓸히 은퇴한 그들의 자리에 어째서 까마귀의 주화가? 그들의 깃발과 휘장이 어째서 저 멀리 비밀스러운 안개의 섬, 까마귀의 둥지에서 발견되는 것인가?

까악까악 - 거센 파도소리마저 삼키는 까마귀 떼의 메아리를 들어보았는가? 그 소리가 마치 이리오라- 이리오라- 며 한 치 코앞 마저 보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이끄는데 스르르 들어가는 배는 있어도, 나오는 배는 없고 난파된 흔적 하나 없이 감감무소식이니… 대양의 제일가는 항해사들도 행방불명되기 쉬운 그 안개의 섬이 사실 돌아올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