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루트라곤은 자신이 쏜 화살에 맞은 베디르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자신이 쏜 화살만 무자비하게 박혀 있을 뿐, 다른 기척은 없었다. 박혀 있는 화살을 뽑아 든 루트라곤이 돌아서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루트라곤은 음성이 들린 쪽으로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베디르는 이미 강력한 마력이 모인 태도를 바닥에 꽂고 있었다. 검은 기운이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루트라곤을 강타했고 타들어 가는 고통과 함께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루트라곤은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나가는 고통에도, 남아 있던 모든 힘을 다해 손에 있던 화살을 베디르에게 꽂았다.

폭발로 인한 흙먼지가 가라앉고, 재빨리 주위를 살폈지만 루트라곤의 시야에서 베디르는 이미 사라졌다.
“어머니, 저는 당신이 말씀하신 숙명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씁쓸함과 분한 마음에 부러진 화살을 꽉 움켜쥔 순간 찬란한 빛이 몸으로 스며들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감각이 무뎌진 것일지도 몰랐다.
따뜻한 감각에 의아해하던 순간 숲 사이로 흰 갈기늑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