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군 출신들은 서로 개국공신을 자처하며 권력 다툼을 벌였다. 아직 어렸던 소녀, 나루사와 가문은 다른 세력들의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전쟁통에 청년이 된 소년의 활약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살아남기 위해 모든 명예와 보화를 포기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곧 역모죄를 뒤집어 쓸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청년은 그녀를, 나루사와 가문을 새 권력자들로부터 지켜야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칼자루만 손에 쥐며 살아 온 청년과 그의 동료들이 평화의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장 먹고 살 일부터 막막했다.

청년은 가주를 설득해 가문의 이름을 바꾸고,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그 깊은 숲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그리고 자신과 동료들의 무예를 활용하여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가주는 정보를 분류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이렇게 획득한 정보를 판매하여 집단의 생계를 꾸렸다. 권력 다툼에 밀려난 그들이 권력 다툼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첩보 일은 전장과 전혀 달랐다. 그들은 민첩한 움직임에 방해되는 장도를 버리고 소검을 들었다. 그리고 잠입과 암살에 적합하게 무예를 재정비하고 끊임없이 수련했다. 정체를 숨긴 채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힘을 길렀다. 그들은 스스로를 ‘닌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